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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생각

새벽 4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이준관 시 '구부러진 길' -



  새벽 4시, 문득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밖에는 토닥토닥 비 내리는 소리도 들린다. 아마 고양이가 비를 맞고 처량하게 신세한탄을 했던 소리였나보다. 다시 자려고 눈을 붙이니 잠은 오지 않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7월 무더위에 지쳤는데 새벽 4시 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은 계절을 잊게 만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마음이 흐르는대로 놔두니 문득 이준관씨의 시 '구부러진 길'에 도달했다.
 구부러진 길은 속에 많은 것을 품고있다. 나비와 밥그릇같은 민달래도 안아주고, 들꽃도 별도 포근히 감싸안는다. 더 나아가 살아왔고 살고있는 마을을, 우리가 가진 추억과 향수에게도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나보다 남들을 더 배려하는 구불어진 길. 구불어진 길과 같은 사람 또한 그렇다. 주위를 배려하고 문득 한 번씩 떠오르는 구부러진 길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유와 배려를 가지고 주위에 베풀며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마음을 내 가슴 한편에 만들어 두고 싶었다. 지금의 나는 그런 사람일까?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지 궁금하다.
 최근을 돌이켜보면 참 여유가 없었다. 하고싶은 것은 많고 능력은 안 되어 좌절을 많이 했다. 내가 내렸던 결정이 옳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닥치는대로 했다. 무엇인가 성취를 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목적의식 없이 많은 것들을 벌여놨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련한 행동들이다. 조급함을 없애고 내 자신을 돌아봐야 했다.
 잠시 쉬면서 무엇을 생각했고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 생각을 해야겠다. 이제 다시 미래를 상상하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생각해야겠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