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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3 3. 다음 날 아침, 재혁은 눈이 조금 늦은 시간에 떠졌다. 어제 새벽 4시에 깨서 그렇다고 재혁은 생각했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 방에 있는 한 뼘 남짓한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시간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방안 전체을 밝히지 못한 채 자신이 비추는 자리만 맴돌았다. 급작스럽게 느껴지는 갈증을 참지 못하고 재혁은 방은 나섰다. 방문을 열고 나가니 거실에서 재혁의 어머니가 구부정한 모습으로 마늘 대를 자르고 계셨다. 날이 잘 선 가위로 서걱서걱 마늘 대를 자르는 어머니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니 갑자기 어머니가 아닌 다른 낯선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어머니 저 일어났어요.” “아고 우리 아들 일어났네잉. 배가 고롱거리제? 잠만 기다리라. 음마가 빨리 밥 맹글러줄게.” 아들을 보고 만면을 .. 더보기
섬 - 2 2. 재혁이 있는 집은 동네와 조금 거리가 있는 산 중턱에 지어진 집이다.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듣기로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 산으로 들어간 게 시초라고 들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다른 사람들과 동떨어져 산다는 게 무척 이나 멋지고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선조들이 사회에 어울리지 못해 이런 섬의 산골짜기에 들어온 게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다. 하필 사는 사람도 적은 이 서안에서 산 중턱까지 들어오다니 선조 님의 생각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산 중턱에서는 사람들과 교류뿐만 아니라 읍내에 나가기도 힘들고 장을 보는 것도 힘들다. 그나마 최근에는 국가에서 사회 무슨 사업을 한다고 물, 전기, 도로가 깔려서 망정이지 중고등학교 때는 매일매일 물지.. 더보기
섬 - 1 1. '담배나 한 대 필까….' 달이 좌초되기 전 새벽 4시. 여름이지만 겨울 초입에 들어가는 듯 양 바람은 시퍼렇게 몰아친다. 장지문을 열고 추위에 나도 모르게 '하….'하고 입김을 내뱉어 본다. 입김은 몽글몽글 뭉치다 퍼지다를 반복하며 하늘로 날아 올라간다. 재혁은 코를 한번 훔친 뒤, 으슬으슬 떨리는 몸을 이끌고 나가다 문득 라이터를 가지고 나오지 않음을 알았다.'젠장 짜증 나네.' 허공에 흩어질 욕을 속으로 됫박을 날리고 나니 앓지도 않았던 속이 좀 후련해졌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베게 머리맡에 뒀던 라이터를 주섬주섬 찾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새 몸이 추위에 적응했는지는 전처럼 덜덜 떨리지 않았다. 도시에서 살던 습성이 있어서 그냥 마당에서 피워도 좋을 담배를 대문 밖으로 나가서 피려고 발걸음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