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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그 남자의 하루

그 남자의 하루 - 1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하루. 그에게 있어서 도서관은 일종의 탈출구이다. 집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백수라고 구박을 받고 그의 친구들도 계속해서 사람 좋은 듯, 자신들의 말이 정답인 듯 양 그에게 점잖게 충고를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그는 물 한 모금 없는 사막에 혼자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들의 어떤 말도 그를 상처주고 괴롭힐 뿐 충고로 들리거나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면을 그에게 배출하는 행위라고 느낀다. 때문에 그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하게 굴거나 자신을 가만히 놔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제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그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거나 도서관 사서, 그리고 생일 때 마다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는 ATM 인공지능 정도 밖에 없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 아홉수는 이렇게 시작되는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사실 주위 사람들은 그에게 괜히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 그의 대부분은 ‘어정쩡’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초중고 12년간 어정쩡하게 공부하여 어정쩡한 대학 어정쩡한 학과에 들어가 어물쩡 살다보니 군대를 갔다왔고 휴학을 하여 아무 이유없이 졸업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졸업을 하게 되는, 그러한 인생을 살아오는 것을 봐왔다. 모두 이 사실을 알지만 그에게 이러한 것들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 사실을 그에게 말하는 것에 대하여 죄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에게 명확한 것은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은 채 자신의 기대감만을 불어넣는다. 그에게 있어서 그들의 기대감은 입구가 묶이지 않은 고무풍선 속의 공기처럼 느껴진다. 그를 닦달하여 커다랗게 불어놨지만 결국 모두 빠져나가고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남는 말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2016/07/04 - [단편/그 남자의 하루] - 그 남자의 하루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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