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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그 남자의 하루

그 남자의 하루 - 4



그가 도서관에 들어가서 맨 처음 하는 일은 자신이 빌린 책을 반납하는 것이다.  열람실은 2층과 3층에 있고 책의 반납은 책이 원래 있던 층의 열람실에서 해야 한다. 층과 층 사이를 엘리베이터를 타도 되고 계단을 이용해도 되지만 그는 여러 매체에서 영향을 받아 건강을 위해 계단을 이용한다. 계단은 총 34개로 중간 층까지 가기 위해 17계단, 그리고 나머지를 올라가기 위해 17계단을 걸어야 한다. 문득, 그는 계단 사이의 층을 보며 그곳이 붕 떠있는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2층도 아니고 3층도 아닌 그곳. 그저 오르는 방향을 바꾸기 위해 존재하는 그곳.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곳. 과거 재미있게 읽었던 판타지 소설에서는 9와 3/4승강장이라는 환상의 공간을 통해 신비의 세계로 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와 1/2층은 그저 층과 층 사이의 공간이며 동시에 그곳은 밑받침이다. 각 층이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중간 다리, 없으면 불편하기에 존재하는 공간, 그저 2층과 3층을 돋보이도록 만들어 놓은 발판, 각 층이 자신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 바로 그곳이다.

그는 자신과 또래인 사람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왁자지껄 재밌게 놀며 돈을 벌고 명예를 얻는다. 그저 웃고 먹고 놀 뿐인데 돈을 벌 수 있는 그들의 인생이 참 부럽다고 생각한다. 그는 TV 속 그들이 주는 재미를 느끼며 화려한 삶을 동경한다. 남 부럽지 않은 돈, 남 부럽지 않은 직업, 남 부럽지 않은 명예를 가지고 살고 싶다. 세상 모두가 자신을 동경하고 롤 모델로 삼는, 그런 인생을 원한다.

사실 TV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 또한 동경하고 있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며 윗사람에게 칭찬 받고 아랫사람에게는 존경을 받으며 동기들 사이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 인정받는, 모두가 좋아하며 동시에 돈도 많이 버는 그런 사람을 꿈꾼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도서관에서 2층과 3층을 오가며 책을 반납하고 있는, 그저 집에서 밥만 축 내는 그러한 인생을 살고 있다. TV 속의 화려한 인생과 대기업에서 인정받는 인생들을 위해 자신과 같이 2와 1/2, 중간 층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1등급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2등급부터 9등급이 필요하듯이 자신과 같은 인생이 밑받침이 되어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6/07/03 - [단편/그 남자의 하루] - 그 남자의 하루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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