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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섬

섬 - 2




2.



재혁이 있는 집은 동네와 조금 거리가 있는 산 중턱에 지어진 집이다.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듣기로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 산으로 들어간 게 시초라고 들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다른 사람들과 동떨어져 산다는 게 무척 이나 멋지고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선조들이 사회에 어울리지 못해 이런 섬의 산골짜기에 들어온 게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다. 하필 사는 사람도 적은 이 서안에서 산 중턱까지 들어오다니 선조 님의 생각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산 중턱에서는 사람들과 교류뿐만 아니라 읍내에 나가기도 힘들고 장을 보는 것도 힘들다. 그나마 최근에는 국가에서 사회 무슨 사업을 한다고 물, 전기, 도로가 깔려서 망정이지 중고등학교 때는 매일매일 물지게를 짓고 흙길 돌길을 밟아가며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싫어서 자신은 무조건 도시에서 생각할 정도였다. 어머니께서는 계속해서 도시로 나가자고 30년째 조르시지만,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으신다.

 ‘재혁 아버지. 우리도 인자 나가 살 정도가 되지 않아쓰요? 요사는 무르팍이 아파 요 둔덕도 오르지 못하게쓰요. 들어본께 배타고 째깐만 나가도 요사는 다 도시라드만. 저번에 뭍에 댕겨온 동봉이 엄마도 그래 말하드라고.’

 ‘어허 임자. 우리가 서안에서 맹그러진 사인데 으째 그걸 버리고 뭍에 나가자는지 모르것네잉. 짐 사는 곳이 을매나 편한지는 장날만 봐고 알아 맹글겠고마. 다 속세의 연을 헤발치지 못해 임자가 그러는거 다 알고 있응께 조금만 참아 봅세. 임자도 금방 알아 맹글수 있을거시여잉.’

 ‘아휴 재혁아 느가 느그 아부지좀 말라바라. 영감탱이가 다 맹글가 내 말은 들린집도 안카나보네.’

재혁의 아버지는 이런 불편한 삶에 나름대로 만족을 하신 모양이라 계속해서 이곳에 사는 걸 주장하고 계신다. 아버지와 얼굴이 놀랄 만큼 닮은 재혁이었지만 생각만큼은 어머니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집도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지금과 같이 새벽 4시에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생활의 활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일 것이다. 높은 곳에서 보이는 수평선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재혁을 집어삼킬 것 같지만, 바닷가 항구는 밝은 불빛으로 눈이 부시다는 점이 재혁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저 무서워 보이는 바다를 건너온 자신이 대견스럽다 생각했다. 이곳에 돌아온 지 3일째, 드디어 오랜만에 고향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2016/07/05 - [장편/섬] - 섬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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