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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고독(苦獨), 남겨진 외로움

고독(苦獨), 남겨진 외로움 - 1


이제 여름의 초입이 아닐까 생각되는, 덥지는 않지만 끈적함이 몸에 달라붙는 6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귀찮은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야 뭐하냐. 오랜만에 나랑 술이나 먹자.”

“뭐야 동네에 있었냐? 그럼 말을 해야지. 어딘데?”

“맨날 싸게 먹던 곳이지.”

“그 편의점? 알았다. 기다려봐라.”

밤 10시. 그렇게 늦지는 않은 시간이다. 내일 일을 하러 가야 해서 일찍 자려고 했지만 친구랑 조금 놀아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가서 투덜거려야지.

이 친구에 대해 설명하자면 자주 연락을 하는 친구는 아니지만 가장 친한 친구를 꼽으라면 언제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그런 친구, 바르고 쓴 소리만 하지만 미워 할 수 없는 그런 친구, 만나면 서로 웃기지도 않는 말을 하면서 낄낄대는 그런 친구, 남들 앞에서 강한 척 굳센 척을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그런 친구이다. 이 녀석과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여기저기에서 사고를 쳤던 기억난다. 특히 체육 시간에 피씨방, 오락실 간다고 학교 담을 넘다 주임 선생님한테 빠따가 부러지도록 맞았던 일, 여자친구 만들어 보겠다고 꽃다발 사서 시커먼 남정네 둘이 여학교 앞에서 기다렸던 일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18번 소재이다.

서로 다른 대학교를 갔지만 같은 동네에서 살아 가끔 생각날 때 술 한 잔 같이 마시며 서로에게 인생의 푸념을 늘어놓았었는데 어느덧 나이를 먹어 삼십이 눈앞에 보인다는 사실이 대견스러워 질 때 즈음, 녀석과 주머니 가볍고 배고픈 날 술을 마시던 편의점에 도착했다. 이 편의점은 다른 편의점과 다르게 실내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계절, 날씨에 상관없이 마실 수 있어 좋아한다. 더운 날씨가 느껴지지 않는 살짝 차가운 편의점 손잡이를 밀고 들어가니 시원한 공기가 땀이 났던 등을 타고 내려가 몸이 부르르 떨렸다.